“설마 설마 했는데…”
미래가 어둡다는 경고(선행지수 하락)가 있었고, 현실이 어렵다는 하소연(동행지수 하락)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과거의 성적표를 보여주는 ‘후행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미래, 현재, 과거를 나타내는 3대 경기 지표가 동시에 추락하는 ‘트리플 하락’. 이는 무려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발생한 극히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확인 사살’하는 이 강력한 신호는, 우리 경제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넘어 장기적인 침체 국면, 즉 ‘고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장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이 28년 만의 경고등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쉽고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경제 지표 삼형제: 예고등, 계기판, 그리고 성적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려면, 우리 경제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경제 지표 삼형제’의 역할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지표 종류 | 역할과 비유 | 주요 구성 지표 |
---|---|---|
선행종합지수 (첫째) | ‘예고등’ (6개월 뒤 미래 예측) |
재고순환지표, 경제심리지수, 건설수주액, 코스피(주가) 등 |
동행종합지수 (둘째) | ‘계기판’ (현재 상황 진단) |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등 |
후행종합지수 (막내) | ‘성적표’ (과거 결과 확인) |
소비자물가지수, 상용근로자 수, 생산자제품재고지수 등 |
일반적인 경기 하강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1. 첫째(선행지수)의 경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 투자가 줄고 주가가 하락하며 ‘예고등’이 먼저 깜빡입니다.
2. 둘째(동행지수)의 현실화: 예고된 불안이 현실이 되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며 ‘계기판’의 바늘이 아래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막내(후행지수)는 버팁니다. 고용이나 재고 같은 지표들은 경제 상황에 느리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마치 회사가 어려워져도 당장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는 것처럼, 경제에도 일종의 ‘관성’이 작용합니다.
그런데 후행지수마저 꺾였다는 것은, 그 관성마저 이겨낼 정도로 경기 하강의 힘이 강력해졌다는 의미입니다. 버티고 버티던 고용 시장마저 얼어붙고, 쌓여가는 재고를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최종 확인서와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침체 고착화’의 공포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2. 숫자로 확인된 28년 만의 경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월 산업활동동향’은 이러한 우려를 명확한 숫자로 보여주었습니다.
- 성적표(후행지수): 16개월 만에 ‘하락’ 전환
- 후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1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021년 9월 정점을 찍은 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 계기판(동행지수): 4개월 연속 ‘하락’
-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현재 경기가 뚜렷한 위축 국면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 예고등(선행지수): 7개월 연속 ‘하락’
-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하며 7개월 연속 추락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예고입니다.
이 세 가지 핵심 지표가 동시에 하락한 것은 1995년 1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 흐름이 전환돼 수축 국면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경기 둔화를 넘어 ‘침체’에 가까운 상황임을 인정한 것으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3. 후행지수 하락, 왜 ‘침체 고착화’의 공포인가?
그렇다면 후행지수의 하락이 왜 그토록 위험한 신호일까요? 단순히 과거 성적이 나쁘다는 것을 넘어, 우리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실물 경제의 최종 결과물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후행지수의 핵심은 ‘고용’입니다. 선행·동행지수가 나빠져도 고용이 버텨주면 가계 소득이 유지되어 소비가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후행지수가 꺾였다는 것은, 이제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실제 고용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곧바로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소비 절벽을 촉발하여 경기 침체를 가속하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됩니다.
둘째, 침체의 ‘깊이’와 ‘기간’이 길어질 것을 예고한다.
가장 늦게 반응하는 지표가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 하강의 충격이 경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의미합니다. 일시적인 조정이나 단기적인 충격이라면 후행지표까지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후행지표가 움직였다는 것은 이미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셋째, 회복의 불씨가 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기가 회복될 때도 순서는 역순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선행지수)가 살아나고, 실제 생산과 소비(동행지수)가 회복된 후, 마지막으로 고용 시장(후행지수)에 온기가 돕니다. 그런데 마지막 보루인 후행지수마저 무너졌다는 것은, 회복의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깊은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결론: 현실을 직시하고, 긴 호흡으로 대비해야 할 때
28년 만의 ‘트리플 하락’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명백한 위기 신호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우리 경제의 체질 자체가 약화되는 ‘침체 고착화’의 문턱에 서 있음을 경고합니다. ‘상반기에는 어렵고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막연한 기대감은 이제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단기적인 부양책을 넘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개인들 역시 현실을 직시하고 긴 호흡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부채를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며, 막연한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자산 관리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겠지만,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아는 것이 극복의 첫걸음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혹독한 경제의 겨울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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